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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백서/잡담

오락실 : 90년대 게임 핫 플레이스

by DannyOcean 202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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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오락실

오늘은 가볍게 나의 유년기 게임 이야기 중 오락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콘솔 게임기가 정말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게임기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릴 때 콘솔 게임기가 있는 친구 집에 가거나 부모님 몰래 오락실에 가서 게임의 갈증을 풀곤 했다.

 


상남 2인조 : 귀폭 콤비

오락실의 인식

요즘에야 PC방 문화가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으로 인식이 되었지만 내가 출입한 80년대 후반의 전자 오락은 게임은 정말 나쁜 것이고, 오락실은 불량 청소년이 가는 곳으로 인식이 되어 있었다. 실제로 코 흘리게들 주머니를 털어가던 형들도 여럿 있었다. 

 

나는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3학년 (이때는 국민학교였음.) 때 가서 게임을 하는데, 동전을 넣으니깐 나보다 덩치 큰 형이 와서 비켜라고 하고 자기가 게임을 했다. 어린 마음에 아무 소리 못하고 비켜서서 그 형이 게임을 하는 걸 구경하다가 이때 그 형이 하도 못해서 옆에서 초등학생의 종특을 이용해 열심히 훈수를 두다가 남은 돈 마저 빼앗긴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남 게임 하는거 구경하기

게임 방송, 리그의 원조

요즘에야 게임채널, 유튜브, 피시방 등 게임 관련 대회나 게임을 구경하는 것, 친구와 게임을 하는 것 등의 다양한 플랫폼들이 있지만, 이 시발점은 오락실이 아닐까 싶다. 대전이건 슈팅이건 잘하는 고수 뒤에 서서 그의 현란한 플레이 솜씨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각 오락실마다 대전 게임으로 강자들이 가려지기도 하면서 나름 유명한 아이도 있었다. 

 

여기서 좀 대전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애들 중에는 몇 명이서 팀을 구성해 다른 오락실에 원정을 가는 등의 상당히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늘 불건전한 장소이니 가지 말라고 해도 그곳에는 오락실 버전 나름 게임 방송과 리그의 재미에 빠져서 심심하면 가서 놀곤 했었다.

 


똑딱이

불법 아이템 똑딱이

아마 오락실에 좀 다녀본 사람들은 알 거다. 일명 '똑딱이' 가스레인지에 가스 스파크를 튀게 하는 장치 같은 것인데, 아마 오락실을 몰라도 학교에서 애들 손에 튀게 해서 깜짝 놀라게 하거나 혹은 목 뒤에 몰래 전기를 튀게 해서 장난을 치는 건데, 이 물건이 오락실에 가서 동전 투입구에 스파크 선을 넣어서 전기를 튀게 하면 게임 크레딧이 올라가서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걸로 하다가 오락실 아저씨한테 걸리면 바로 귀싸대기 날아가고 부모님 호출이 되는 리스크가 있어서 나는 간이 작아서 이걸 해보지는 않았다. 혹시 지금 이 글을 보는 분이 한번 시도를 해보겠다고 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경찰서에 무조건 가기도 하고, 내가 알기로는 불법이니 절대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락실 조이스틱

오락실 조이스틱

정말 가끔씩 예전 생각이 떠올라 마메 에뮬레이터를 통해서 예전에 했던 게임을 PC로 플레이를 하지만 예전만큼 재미가 없었다. 나는 이게 그냥 예전 게임이라 그런 거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19년도인가? 그때 지인과 함께 오락실에 가서 '캐딜락&다이노소어'를 플레이했는데.. 이게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오래된 게임이 아니라 일명 오락실 레버와 버튼의 손맛이 딱딱 느껴졌다. 같은 게임이라도 이 차이 하나가 즐거움과 몰입감을 엄청나게 증폭시킨 것이다. 게다가 에뮬레이터로 하면 무한 코인이 가능하지만 실제 동전을 넣고 플레이를 하니 나름 나의 재화를 소비한 것이라 더 집중해서 플레이를 하는 경험을 했다.

 


마블 VS 캡콤

추억 1. 마블 VS 캡콤 

사실 나는 액션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특히 대전 게임은 더욱 쥐약이다. 개인적인 성향 자체가 내 재화를 걸고 남과 경쟁하는 건 죽어도 싫었기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유행할 때도 그렇게 많이 플레이를 해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 근처 오락실에 엄청나게 큰 화면으로 해서 들어온 게임 있었는데, 왜 내가 이 게임에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방과 후에 늘 가서 플레이를 했다. (나름 히든 캐릭터를 얻는 레버 조작까지 알고 있을 정도임.) 

 

하지만.. 난 그 오락실에서 마벨 VS 캡콤에서 최약체였다. 일단 나랑 붙는 애들은 다 나를 깔고 가는 정도로 최약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옆 학교에 이 게임 최고수와 우연히 붙게 되었는데.. 난 마구잡이로 버튼과 레버를 휘둘르면서 정말 운이 좋게도 이 최고수를 이겨버린 것이다. 

 

정말... 사람과의 대결에서 한 번도 못 이겨보고 전패만 하다가 최초의 1승이 최고수를 꺾어버리자 내 주변에서 구경하는 애들이 완전 다 소리 지르고 난리 났었다. 쉽게 말하면 랭킹 꼴찌의 첫 승이 랭킹 1위를 꺾은 것이다. 그 친구는 얼굴이 굳어버리더니 다시 동전을 넣었고, 두 번째 대결은 당연히 그 친구가 이겼다. 나는 이 날 이후로 더 이상 이 게임을 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돈을 엄청 쓰고도 못하는 게임은 이 게임이 유일하지 싶다.

 


메탈슬러그 2

추억 2. 메탈슬러그 2

아마 나에게 제일 가성비 좋은 게임을 손꼽으라면 그나마 발컨임에도 불구하고 원코인 클리어까지는 아니지만, 5 스테이지 보스까지 가는 '메탈슬러그 2'를 말하고 싶다. 당시에 게임 잡지에 공략까지 보고 노트에 정리해서 개인 공략집을 만들 정도로 열정적으로 플레이를 한 메탈 슬러그 2. 지금도 플레이를 하면 히든 맵이나 숨겨인 아이템을 어디에 위치한 지 다 알 정도이다.

 

대충 100원으로 5 스테이지 보스까지 가면 30분 정도는 플레이가 가능했기에 여자 친구를 기다릴 때 이거 만한 게임은 없었다. 한 번은 여자 친구도 내가 이 게임을 하는데, 처음에는 나의 플레이에 감탄을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가 메탈슬러그 2에 플레이를 하려고 동전을 넣으려고 하면 기다리기 싫어서 인지 늘 눈을 흘기곤 한 거 같다.

 


갈스패닉 1

추억 3. 갈스 패닉 1

이게.. 땅따먹기류 게임인데, 일정 점수 이상을 클리어하면.. 음.. 아무튼 19금 게임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어린아이들도 있는 오락실에 왜 이런 게임이 있었는지.. 실사풍 사진 버전의 게임은 초기 시리즈이고 이후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로 나오게 된다. 오락실 가면 학생 때 간간히 플레이를 했는데, 일정 점수를 높게 받아서 클리어를 하면 보너스 영상도 나오고 한 것 같다. 사실 이 게임도 엄청 잘한다.. 이거까지는 아닌데, 내 인생 최초의 원코인 클리어 게임이다.

 

예전에 울산에 가려고 경주 터미널에 간 적이 있었는데, 버스를 놓쳐서 1시간을 기다리게 되어 근처에 둘러보다가 오래된 오락실이 보이기에 한번 가보니 이 게임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도 때울 겸 플레이를 했는데.. 이 날 따라 필을 받았는지 100%로 몇 번 깨자 주변에 초중고 학생들이 모두 몰려서 내가 플레이하는 것만 보는 것을 알았다.

 

정말 20년이 지난 이들의 눈빛을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내'라는 눈빛을 보내는 학생들을 위해서 나는 이날 최소 90% ~ 100%로 성적을 내고 6개의 스테이지 모두를 원코인으로 클리어하는 쾌거를 거두면서 내 인새 최초의 원코인 클리어 게임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원코인 클리어는 내가 잘해서가 아닌, 당시 학생들의 모든 염원과 함께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응?!)

 


펌프 잇 업

추억 4. 펌프 잇 업 1세대

내가 마지막으로 오락실에서 불을 태운 게임인 '펌프 잇 업' DDR이 나오고 나서 한국 음악을 탑재한 댄스 리듬 게임인데, 90년대 말에서 00년 초까지 이 기기만 넣고 운영하는 오락실이 있을 정도로 흥행을 한 게임기이다. 나 역시 한창 열심히 플레이를 했고, 나중에는 4배속에 중간에 화살표 없어지는 거랑 2인 발판 두 개까지 이용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지금이야 뭐.. 고인물들이 많아서.. 내가 말한 수준은 자랑할 만한 것도 없지만 당시에는 꽤 잘하는 축에 속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호주 시드니에 가게 되었고, 시티에 있는 달링하버에 놀러 갔는데 거기에 펌프 잇 업 1세대가 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플레이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호주 사람들이 나를 크레이지 한 눈빛으로 둘러싸서 구경하고 있던 것이다. 그때 누가 나한테 와서 뭐라고 말을 했는데.. 이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서 '쏘리~' 한 마디 하고 도망쳤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적고 보니깐.. 오락실에 대한 추억이 많긴 많구나. 이 포스팅을 적으면서 오랜만에 예전에 있었던 추억들이 생각나니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에피소드가 더 있는데,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한번 기회가 되면 다른 에피소드들도 한번 적어 보고 싶다.

 

우리 땐 아날로그만의 재미가 있었어!!라는 라떼보다는 형태는 다르지만 피시방에서 게임을 통해 요즘 친구들도 나름 재미난 에피소드와 추억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코로나가 진정이 돼야지.. 애들도 마음 편히 게임도 하고 놀러도 다니고 해야 하는데. 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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