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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영웅문 : 사조삼부곡

by DannyOcean 202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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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에 나오는 영웅문 1부 몽고의 별

올해 초에 영화 '승리호'를 보면서 잠깐이지만 김태리 씨가 승리호에서 읽는 책을 보고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학생 시절부터 즐겨본 김용 소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용 작가(1924.02~2018.10). 김용 작가의 위상은 판타지 장르의 J.R.R. 톨킨 있다면 무협에는 김용 작가가 있다고 할 정도이다.

 

김용 소설 중에 영웅문(사조 삼부곡)과 천룡팔부는 모험과 낭만주의, 의협심은 나의 학창 시절을 설레게 했다. 실제로 만화책만 사서 모으던 나에게 영웅문을 한 권씩 구매하기 시작했다. 

 


고려원 영웅문 페이퍼백 버전

참고로 승리호에 김태리씨가 영웅문을 읽는 것이 당시 고려원에서 나온 영웅문은 정식 판권 계약 없이 출간한 해적판이다. 아마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영웅문을 저 장면에 등장시킨 것 같다. 당시에 영웅문이 800만 부 정도 팔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베른협약 (문화, 예술적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협약)이 96년, 홍콩이 97년에 가입해서 이전 저작물의 저작권은 보호받을 수 없다고 한다.

 

아마 90년대 당시에 해적판으로 상당히 유명했던 드래곤 볼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500원짜리에 손바닥만 한 만화책 크기의 해적판이 판을 치면서 드래곤볼 주변의 인물들의 다양한 네이밍을 본 기억이 난다.

 


영웅문 3부작 (사조삼부곡)

현재 1부 몽고의 별은 원본크기로, 2부 영웅의 별, 3부 중원의 별은 고려원 페이퍼백 버전으로 가지고 있다. 아마 내가 영웅문을 구매할 때가 90년대 중반인데, 아마 고려원 출판사가 힘들어지면서 작은 페이퍼백 버전을 내놓았는데, 일반 버전보다 금액이 저렴했기에 학생인 나로서는 금액이 부담 없는 페이퍼백으로 구매를 했던 것 같다.

 

1부 몽고의 별의 원제는 사조영웅전으로 주인공 곽정과 황용이 모험을 하는 것이고 2부 원제는 신조협려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플인 양과와 소용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3부의 원제는 아마 제일 유명한 제목인 의천도룡기로 장무기가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몽고의 별 : 사조영웅전

올해 초에 승리호에서 영웅문을 본 것도 있고, 재미 삼아 에버노트에 무협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쓰면 쓸수록 스토리가 잘 풀리지 않아서 신필인 김용 소설을 한번 읽어보았다. 벤치마킹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었지만, 오랜만에 읽어서 일까? 나중에는 그냥 너무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그래도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봐도 재미있는데, 정말 학창 시절에 처음 영웅문을 접했을 때는 정말 몰입감과 뒤에 벌어질 스토리의 궁금함이 장난이 아닐 정도고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진짜 김용 작가가 신필은 신필이다.

 


신조협려

김용 작가 소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다. 김용 소설이라고 해봤자 사조 삼부곡, 천룡팔부, 녹정기, 소오강호, 비호외전, 설산 비호 정도만 읽어본지라,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김용 소설 중에 제일 으뜸으로 치는 건 절대적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신조협려'이다.

 

김용 소설 중에 최고로 낭만적인 내용과 함께 연애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양과가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함께 소용녀와 정말 힘들게 사랑을 하는 걸 보면.. 보는 내내 마음이 짠할 정도였다. 양과와 소용녀가 16년 동안 떨어져 있다가 결국은 다시 만나는데 이때 대사가 정말.. ㅠ.ㅠ

 


신조협려 2006년 소용녀역 : 유역비

바로 16년 동안 밤낮으로 생각하며 꿈속에서도 잊지 못하던 소용녀가 아닌가! 두 사람은 멍청하게 얼마간을 서 있었다. 그러다 동시에 가벼운 탄성을 지르며 서로 껴안았다.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얼마간 시산이 흐른 후 양과 말했다. "용아, 나는 늙었는데 당신은 그대로군요." 소용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늙은 것이 아니에요. 나의 과아가 장성한 것이에요."

 

-'신조협려' 중에서-

 


김영사 사조삼부곡

2000년대에 이르러 김영사가 정식으로 판권 계약을 맺고 사조 삼부곡을 하나씩 출간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식 출간물임에도 불구하고 김용 팬들의 경우 고려원의 영웅문을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사실 번역이나 교정의 문제도 있을 터이지만, 제일 큰 부분은 김영사는 김용 작가가 설정이나 엔딩을 조금씩 바꾼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신조협려의 양과 어머니 설정을 보면 원래는 진남금이었지만 1980년 3판이 개정된 이후에는 아예 진남금을 사조영웅전에서 빼버리고 목염자로 바꿔버린다. 고려원도 초기에는 개정 이전 버전을 번역하다가 이후에는 개정 번역을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영웅문 1부에서는 양과의 어머니인 진남금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페이퍼백 버전인 영웅문 2부를 보면 황용이 양과의 어머니를 목염자로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화산논검과 천룡팔부 

아마 90년대에 영웅문을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화산논검이라는 소설도 당연히 접해 봤을 것이다. 화산논검은 1차 천하오절의 각각의 이야기와 뒤에 양과가 16년 동안 신조협려로 활동한 이야기, 매초풍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인데.. 이게 정확히 김용이 쓴 소설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나도 읽어보면 사조삼부곡에 비해 재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음.. 엄밀히 말하면 2차 창작물 정도로 보면 되는데, 생각보다 사조영웅전의 세계관 설정을 최대한 맞추려고 한 것이 보인다. 왜 구양봉이 악인이 되었는지, 황약사 편에서는 황용 어머니도 등장을 하고 홍칠공이 구지신개 별호를 얻게 된 사연까지 나름 재미도는 떨어지지만 사조삼부곡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으아.. 나의 소용녀가.. 저런 얼굴을..

김용 소설은 영화나 TV시리즈, 게임으로도 많이 콘텐츠가 재생산이 되었다. 이 중에 의천도룡기 외전, 원제는 김용 군협전이라는 대만에서 나온 90년데 DOS용 롤플레잉이다. 뜬금없이 웬 게임이냐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김용 소설 팬이라면 지금 해봐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든 게임이다.

 

위에 사조 삼부곡은 물론 모든 게임의 세계관과 설정들을 잘 버무려서 만든 게임인데, 실제 게임 속에 등장인물들을 같은 아군으로 해서 파티(양과, 소용녀, 장무기 등등)를 하고 친숙한 무공들도 많이 등장해서 김용 작가 팬인 경우에는 한번 해볼 만하다.

 


김용이 쓴 소설을 읽어 보면 창작을 하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어떻게 머릿속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서사적인 스토리가 나오는 것인지, 물론 뒷면에 창작의 고통이 엄청났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장편소설을 쓰고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글을 쓴다는 것은.. 신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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