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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백서/리뷰

이스 2 스페셜 : 팔콤가문의 이복형제

by DannyOcean 202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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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2 스페셜

1994년 당시에는 마이컴이라는 컴퓨터 잡지에서 별책부록으로 게임컴이라는 PC게임 공략집을 함께 주곤 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에 게임 잡지는 거의 콘솔 게임기 위주로만 나와서 게임 관련 정보는 게임컴에서만 얻을 수 있던 것이다.

 

어느 날 마이컴을 한 부 구입했는데, 게임컴에서 '이스 2 스페셜'이라는 공략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는 RPG를 처음으로 접했는데, 슈퍼 패미컴, 메가 드라이브에 비해 RPG 게임의 풀이 적었던 PC에서 '이스 2 스페셜' 공략은 RPG에 갈증을 느끼던 나에게 판타지 모험의 로망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게임컴 제일 뒷면에 광고

지금은 소울 아크 아트 디렉터로 더 유명하지만 당시에 인기 만화 '어쩌다.. 저녁'으로 유명했던 이명진 작가의 아돌 일러스트로 마케팅을 꽤나 했었다. 나는 이 작품으로 '이스 시리즈'에 대해 처음 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에만 해도 '이스 2 스페셜'이 팔콤에서 만든 정통 시리즈인 줄 알았지만, 만트라에서 판권을 받아 만든 전혀 다른 게임인 것을 2000년도가 지나고 알게 된 것이다.

 


검술사 아돌

패키지 게임 세기말 게임 잡지마다 경쟁적으로 한창 철 지난 게임을 부록으로 주거나 번들 게임을 따로 팔곤 했는데, 그때 이스 이터널 1을 번들 게임으로 구매를 해서 플레이를 해보고 이스 2 스페셜과 너무 다른 게임인 것을 알게 되었고 엄청 놀랐다. 

 

이스 2 스페셜에서는 아돌은 공격 마법과 검술을 사용하고, (이터널은 몸통 막치기만 있음.) 게임 플레이 타임도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길었다. 소위 말하는 최강의 던전 노가다 자랑하는 게임이었다. 원작 이스 팬들에게는 괴랄한 작품이지만 이스 2 스페셜을 통해 이스를 처음으로 안 팬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난 이터널을 처음 플레이할 때 이스 2의 검공격과 마법공격이 그리웠다. (그런데 이스 2 스페셜도 나중에는 그냥 몸통 박치기만 사용한다.)

 


페이스 오프 : 완벽 이식

사실 원작과의 갭에 대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에는 팔콤의 이스 2를 완벽하게 이식했다고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했기에 나는 당연히 원작 이스 2도 이런 게임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 나중에 이터널을 접했을 때의 괴리감이란... 그런데 아예 이스 2 스페셜을 못 만든 게임이면 그려려니 하겠는데 나는 꽤나 재미있게 플레이를 했다. 

 

전투 스타일과 세계관까지 원작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전투적인 부분과 방대한 맵의 볼륨, 나쁘지 않은 스토리와 당시에는 꽤 괜찮아 보였던 그래픽 등 아마 이때 처음으로 이스 2 스페셜을 접한 내 친구들도 다들 재미있게 플레이를 했었다.

 


살몬 신전

정말 학창 시절에 친구에게 원본 디스켓을 빌려서 엄청나게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수많은 버그들과 몬스터들을 이겨내고 도착한 살몬 신전. 그런데 아무리 해도 여기서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라, 게임컴에 나온 공략 이외에는 게임 정보를 어디서든 얻을 수 없어, 결국 단념하고 엔딩 보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 나는 이 게임의 엄청난 진실을 알아냈다. 애초 게임이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를 했다고 한다. 즉, 미완성된 게임을 돈 받고 팔았다는 이야기다. 요즘에야 얼리 액세스 방식으로 해서 게임을 완성시키는 형태도 있지만, 솔직히 패키지 게임은 완성형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구매를 하는데, 미완성된 게임을 돈 주고 팔았다니..

 

당시에 내 친구들도 이 게임의 엔딩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일에 패치가 나왔다고 하지만 파란 화면의 PC통신도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 잠깐 접속하던 시대라 당연히 이 패치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히로인 리리아

버그도 많고, 원작과의 괴랄한 차이로 인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만트라에서 공을 많이 들인 게임이다. (원작을 이해하는데 공을 들였어야지!!) 지금 들어도 수려한 BGM. 그리고 게임 오프닝도 꽤나 임팩트 있게 잘 만들었다.

 

엔딩을 보지 못 해서 유튜브 등을 찾아보니깐.. 개발 일정에 쫓겨서 만든 엔딩이라 그럴까? 오프닝에 영상처럼 나오는 게 아닌 개발자 엔딩 크레딧과 스틸 컷으로 엔딩을 마무리했다. 이스 2 스페셜이 원작과의 차이가 크다고 하지만 던전 노가다 등의 볼륨을 줄이고 엔딩 영상까지 만들어서 완전히 개발된 완전체로 나왔더라면, 당시 94년도에 나온 어스토니시아와 양대 산맥급의 명작의 밸류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스 2 이터널 : 리리아

뭐.. 원작을 망친 게임이니, 버그가 산재하거나 미개발된 상태로 나온 게임 하면서 게임을 까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게임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이 퀄리티로 원작을 그대로 계승했더라면 나름 명작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해당 94년도에 유명한 RPG라고는 어스토니시아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일어판 콘솔 RPG들이 강세였고 한글 RPG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PC 게이머들의 RPG와 한글화의 갈증을 충분히 만족시켜준 게임이다. 게다가 이스라는 게임을 국내 유저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게임이기도 하다. 나도 이때 이스 시리즈와 팔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후에는 아돌 크리스틴의 모험에 매료되어서 그의 모험기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 만트라는 이스 이터널을 정식 발매했는데, 이때는 상당히 공을 들여서 나름 이스 2 스페셜에 대한 것을 만회했지만 결국 문들 닫아 버렸다.

 


학생 시절에 PC RPG 게임의 가뭄 속에 등장한 작품이라 정말 열심히 플레이했다. 초반에 저장을 쉽게 하려고 신의 일기장도 구하러 다니고, 놀티아 빙벽에서 버그로 인해 다시 플레이하고.. 지금은 이렇게 하라고 하면 못 하겠지만.. 적어도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한 것은 변함이 없다. 이스 2 스페셜. 망작이니 뭐니 해도 나한테는 꽤나 괜찮은 수작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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